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제2권은 그의 청소년 시절을 다루며, 그의 신앙 여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는 장입니다. 제1권에서 유년기의 초기 경험과 죄에 대한 인식을 고백했다면, 제2권에서는 청소년기에 접어든 그의 도덕적 방황과 더 깊고 구체적인 죄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는 이 시기를 약 16세 무렵, 즉 서기 370년경 타가스테에서 보낸 시간으로 설정하며, 이를 “방황의 시간”이라고 명명합니다. 이 권은 그의 삶에서 도덕적 타락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를 조명하며, 하나님 앞에서의 솔직한 자기 고백을 통해 인간 본성과 죄의 본질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제시합니다. 이 장은 그의 신앙적 회심으로 가는 여정에서 필연적인 어두운 단계를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그의 내면적 갈등과 회개의 과정을 생생히 전달합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배 도둑질” 이야기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느 날 밤, 친구들과 함께 타인의 과수원에 침입하여 배를 훔쳤다고 고백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청소년기의 장난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는 이 행위를 깊이 분석하며 그 의미를 탐구합니다. 놀랍게도 그는 배고프지 않았고, 훔친 배가 맛있어서 취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훔친 배를 먹지 않고 버리거나 짓밟았다고 기록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 도둑질을 저질렀을까요? 그는 그 동기를 “죄 자체를 즐기고 싶었던 욕망”에서 찾습니다. 그는 금지된 행위를 저지르는 짜릿함과 친구들과의 동조 속에서 느껴지는 쾌락이 자신을 끌어당겼다고 설명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외적 행동을 넘어,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도덕적 타락과 하나님으로부터의 소외를 상징합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죄가 단순히 물질적 필요나 실용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금지된 것을 향한 비이성적인 갈망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합니다. 이 성찰은 그의 신학에서 죄의 본질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됩니다.
이 시기는 육체적 욕망이 강렬하게 나타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청소년기에 성적인 유혹에 크게 흔들렸다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는 당시 로마 사회의 문화적 맥락을 언급하며, 젊은 남성의 방탕한 생활이 드문 일이 아니었다고 기록합니다. 그의 아버지 파트리키우스는 아들이 성적으로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고 기뻤으며, 이는 세속적인 관점에서 아들의 “남성다움”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태도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 모니카는 이와 대조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깊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모니카는 아들이 하나님께 멀어지는 것을 우려하며 끊임없이 기도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머니의 이러한 신앙적 헌신을 회상하며 깊은 감사와 경외를 표합니다. 그는 당시에는 모니카의 기도를 무시했으나, 훗날 이 기도가 자신을 구원으로 이끄는 씨앗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이 대목은 그의 신앙 여정에서 가족 관계와 외부의 신앙적 영향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이 청소년기를 “안개 속을 헤매던 때”라고 묘사합니다. 그는 이 시기에 정규 교육을 잠시 중단하고 타가스테 집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학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빈둥거렸고, 세상 욕망에 점점 더 끌렸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공부나 지적 탐구보다 육체적 쾌락과 사회적 유대에 더 큰 가치를 두었으며, 이로 인해 그의 마음은 점점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는 이러한 방황이 단순히 젊음의 충동이나 나이 탓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내적 공허함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는 이 시기의 혼란을 하나님과의 단절에서 비롯된 결과로 재해석하며, 인간이 하나님을 떠날 때 느끼는 불안과 갈등을 신학적으로 조명합니다.
제2권에서 그는 죄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이어갑니다. 그는 배 도둑질 사건이 왜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는지 고민합니다. 그는 이 사건의 중요성이 외적인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숨은 내면의 동기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는 죄를 단순히 나쁜 행동으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죄가 하나님을 떠나려는 마음, 즉 의지의 타락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더욱 대담해졌던 점을 지적하며, 집단적 영향이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 죄의 경험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가 자신을 놓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그는 당시에는 이를 깨닫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하나님께서 그를 지켜보고 계셨음을 확신합니다. 이 통찰은 그의 신학에서 은혜의 지속성과 구원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단초가 됩니다.
이 권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놀라운 솔직함을 보여줍니다. 그는 청소년기의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지 않고 하나님 앞에 모두 드러냅니다. 그는 이 고백을 통해 “주님, 저를 용서해주세요”라고 간구하며 회개의 자세를 취합니다. 이 과정은 그의 신앙 여정에서 회개가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적극적인 행위임을 보여줍니다. 제2권은 그의 도덕적 방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만, 동시에 회개와 구원의 씨앗이 심어지는 시기로 재해석됩니다. 그는 과거의 어두운 경험을 신앙적 성찰의 도구로 삼아, 독자들에게 죄의 현실과 은혜의 희망을 동시에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제2권은 삶의 목적에 대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그는 청소년기에 세상 욕망을 쫓았으나, 그 결과로 공허함만 남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진정한 기쁨과 의미가 하나님 안에서만 발견된다는 사실을 훗날 깨닫게 됩니다. 이 권은 그의 방황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면서도, 그 끝에 희망의 빛을 비춥니다. 그는 이 시기의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끊임없이 작용했음을 인식하며, 독자들에게도 신앙적 반성과 회복의 가능성을 제안합니다. 제2권은 그의 신앙 여정에서 어두운 단계를 넘어 구원으로 향하는 중간 지점으로, 이후 전개될 회심의 서사를 예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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