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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신학과 현대인의 거리

by modeoflife 2025. 4. 7.


신약성경은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자 인류 문명의 주요 유산으로, 2천 년 동안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위로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특히 현대에 이르러 신약성경은 많은 이들에게 점점 더 낯선 텍스트로 여겨진다. 이 거리는 단순히 시간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신약성경의 신화적 세계관과 현대인의 사고방식 사이의 근본적 단절에서 기인한다. 루돌프 불트만은 이 간극을 신학적 과제로 인식하고, 비신화화(Demythologization)를 통해 신약의 메시지를 현대인의 실존적 경험으로 재구성하려 했다. 이 글에서는 신약신학과 현대인의 거리가 발생하는 원인을 역사적, 문화적, 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불트만의 접근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지 탐구한다.

신화적 세계관과 과학적 사고의 충돌

신약성경은 1세기(1세기 한국은 고조선의 붕괴 이후 혼란과 재편의 시기를 지나,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초기 국가들이 형성되며 삼국 시대의 전단계에 진입한 시기로 요약된다) 유대-헬레니즘 세계의 신화적 세계관 속에서 쓰였다. 삼층 우주론(하늘, 땅, 지하), 기적, 부활, 천사와 귀신의 활동은 당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개입을 설명하는 자연스러운 언어였다. 예를 들어, 예수의 물 위를 걷는 사건(마태복음 14:22-33)이나 부활(누가복음 24:1-12)은 초자연적 권능의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현대인은 과학적 합리성과 경험적 관찰에 익숙하다. 중력의 법칙, 생물학, 의학은 자연현상을 인과적 원리로 설명하며, 초자연적 개입의 여지를 좁힌다. 전기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하늘이 열리고 천사가 내려온다는 이야기(누가복음 2:9-14)는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이 충돌은 신약성경의 신학적 메시지를 현대인에게 전달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신약의 신화적 요소를 문자 그대로 믿는 것은 과학적 세계관을 거부하거나 지적 양심을 타협하는 행위로 느껴질 수 있다. 불트만은 이 문제를 직시하며, 신약의 신화적 형식이 메시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담는 그릇일 뿐이라고 보았다. 비신화화는 신화적 언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실존적 의미—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초대—를 현대인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였다.

문화적 단절과 신앙의 위기

신약신학과 현대인의 거리는 문화적 단절에서도 비롯된다. 신약성경은 유대교의 종말론적 기대와 헬레니즘의 철학적 틀 속에서 형성되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마가복음 1:15)나 바울의 율법-은혜 논쟁(로마서 3:21-26)은 당시의 종교적, 사회적 맥락에서 강렬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현대인은 이러한 맥락과 멀리 떨어져 있다. 도시화, 세계화, 다원주의 사회에서 종말론이나 죄의 개념은 낯설거나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현대인은 "죄"를 법적 위반이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개인적 실패나 심리적 갈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제1차 및 제2차 세계 대전, 홀로코스트, 핵무기의 위협은 전통적 신앙에 대한 회의를 심화시켰다. 하나님의 섭리가 존재한다면, 왜 이런 비극이 허락되었는가? 신약성경의 구원 약속은 고통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현대인의 경험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불트만은 이러한 문화적 단절을 신앙의 위기로 보았으며, 신약의 메시지를 초자연적 사건에 묶지 않고 인간 실존의 깊이에서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비신화화는 신약을 고대 문화의 유물로 남겨두지 않고, 현대인의 실존적 질문—의미, 자유, 죽음—에 답하는 텍스트로 되살렸다.

철학적 변화와 실존의 재정의

현대인의 철학적 사고도 신약신학과 거리를 만든다. 계몽주의 이후 이성과 자율성이 인간 이해의 중심이 되었으며, 20세기 실존주의는 개인의 불안과 결단을 강조했다. 마르틴 하이데거의 "죽음을 향한 존재" 개념은 인간을 객관적 지식의 주체가 아니라, 불확실성과 유한성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로 재정의했다. 신약성경의 신학적 언어—하나님의 주권, 영감 받은 성경, 절대적 계시—는 이러한 철학적 변화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예를 들어, 바울의 "하나님의 말씀" 선포(고린도전서 1:18-25)는 현대인에게 권위주의적이거나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불트만은 실존주의 철학을 신학에 접목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신약의 신학적 메시지를 초월적 권위의 명령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실존을 마주하는 계기로 재해석한 것이다. 예수의 부활은 물리적 소생이 아니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새 생명을 향한 결단의 가능성으로 이해된다. 불트만의 접근은 신약신학을 현대 철학의 지평과 대화하게 하며, 신앙을 이성적 회의주의나 철학적 허무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불트만의 응답과 신학적 과제

신약신학과 현대인의 거리는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불트만은 이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았다. 비신화화는 신약의 신화적 세계관을 현대인의 실존적 경험으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예수의 병자 치유(마가복음 1:29-34)는 초자연적 기적이 아니라, 인간의 소외와 고통에서 해방되는 실존적 회복으로 해석된다. 바울의 은혜 교리(로마서 5:1-11)는 법적 면죄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하나님 앞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서는 사건으로 재구성된다.

불트만의 시도는 신약신학을 단순히 고대 텍스트의 주석으로 축소시키지 않고, 현대인의 삶 속으로 끌어들였다. 연구자로서 불트만의 접근을 신학이 시대적 도전에 응답하는 모범으로 평가한다. 신약신학과 현대인의 거리는 고정된 장애물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을 통해 좁혀질 수 있는 신학적 과제다. 불트만은 이 거리를 메우기 위해 신약의 신화적 언어를 벗기고,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인간 실존을 변혁하는 초대—를 드러내려 했다. 이 책은 불트만의 시도를 따라가며, 신약신학이 현대인에게 여전히 의미 있는 대화의 장이 될 수 있음을 탐구한다.

 

 

#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 루돌프 불트만 관점의 신약 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