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예배 중에 많이 들어본 이 문장은 ‘사도신경(Apostles’ Creed)’의 시작 부분입니다. 조금 더 교리적인 전통이 익숙하신 분들은 ‘니케아신경(Nicene Creed)’도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두 고백문은 기독교 역사에서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오며, 신앙의 뼈대를 이루어 온 중요하고도 고전적인 ‘교리적 명제’들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이런 고백문을 오늘날까지도 교회에서 중요하게 암송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걸까요? 혹자는 “딱딱한 문장을 왜 외워야 하지?”라고 묻기도 합니다. 사실 교리문은 기독교 신앙이 무엇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어떻게 후대까지 그 내용을 전승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귀중한 흔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문장은, 그저 길고 어려운 문구가 아니라 하나하나가 명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사도신경·니케아신경 등 전통 교리의 명제적 구조
이 고백문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여러 짧은 문장들이 연결된 것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셨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등등.
모두가 참·거짓을 따질 수 있는 진술—즉, 명제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다”는 고백은, 곧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셨으며 무엇이든 하실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외아들이시다”라고 할 때는, 예수님과 하나님 사이의 특별한 관계를 진리로 받아들인다는 선언이지요.
바로 이런 식으로, 교회가 긴 세월 동안 지켜 온 신앙고백문들은 우리에게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진리를 전해 줍니다. 어떤 분들은 교리 암송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그것들은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농축해 둔 유산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명제만으로 교리의 모든 풍성함이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체험이나 내러티브(이야기), 풍부한 해석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 의미가 살이 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분명한 형태로 진술된 “문장(명제)”은, 우리의 믿음을 요약하고 함께 나누기에 탁월한 형식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 삶 속 실제 적용 사례: 대인관계, 자존감, 그리고 공동체 봉사
전통 교리에 담긴 핵심 명제들은 예배 시간에 잠깐 암송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된다는 점을 실감하게 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다”는 고백이 실제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면, 대인관계와 자존감, 그리고 공동체 봉사에 이르기까지 교리가 가져다주는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계신다”는 믿음은 내가 모든 상황을 직접 통제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줍니다. 또한 “예수님이 나를 구원하셨다”는 고백은 누군가와 상처를 주고받는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가 같은 은혜를 입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여, 용서나 관용의 태도를 조금 더 쉽게 실천하도록 도와줍니다.
사도신경의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고, 나는 그분의 형상으로 지음받았다”는 문장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내가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중한 피조물”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 사실을 마음에 새기면 실패나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나를 귀히 여기시는 하나님”을 떠올리며 다시금 당당함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의 봉사와 섬김 또한 중요한 부분입니다. 교리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라는 개념은 우리 모두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전제하며, 자연스럽게 “연약한 지체를 돕자”, “서로 사랑하자”라는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아울러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라는 고백을 통해, 교회의 방향성과 운영에 대한 최종 주도권이 사람에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음을 상기하게 되지요. 이는 공동체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필요한 경쟁이나 권위 다툼을 줄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이처럼 교리에 담긴 명제들은 단순히 암기해 두는 공식이 아니라, 실제 대인관계와 개인의 내면, 그리고 공동체 생활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물론 하나의 문장으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교리가 어떤 기본 골격을 제시하는지 보여주고, 개인과 공동체가 신앙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실천하는 데에 유익한 틀이 되어 준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3. 함께 생각해 볼 질문들
- 사도신경이나 니케아신경 같은 전통 교리의 ‘명제적 구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신앙과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다’는 고백이, 실제 일상(예: 갈등 상황, 실패, 관계 문제 등)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 교리가 단순히 암기해야 하는 공식에 그치지 않고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려면, 우리에게 어떤 태도나 이해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 “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재다”라는 고백이 개인의 자존감 회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명제는 교회와 신앙 공동체 안에서 어떤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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