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이하 Gen AI)은 오류를 생성할 수 있으며, 그 오류가 설득력 있는 언어 형태로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en AI는 정보의 생산자가 아니라 검증과 분석을 보조하는 도구로 적절히 활용될 경우, 전문가 오류 전파와 온라인 담론의 비검증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전제를 분명히 한 상태에서, Gen AI를 진실의 대리인이 아닌 인간 판단을 보조하는 검증 인프라로 위치시키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검토한다.
1. Gen AI는 전문가 오류 전파에 대응할 수 있다
전문가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높은 신뢰를 전제로 수용되기 때문에, 오류가 포함될 경우 그 영향은 매우 빠르고 넓게 확산된다. 이러한 오류는 악의적 허위 정보보다는 오래된 연구 결과의 반복, 통계 해석의 부정확성, 맥락이 제거된 인용 등 비의도적 요인에서 자주 발생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오류가 권위라는 이유만으로 검증 과정을 생략한 채 재생산된다는 데 있다.
Gen AI는 전문가의 판단을 대체하지는 않지만, 이 검증 공백을 구조적으로 메우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생성형 모델은 단순한 요약 도구를 넘어, 전문가 발언을 개별 주장 단위로 분해하고 각 주장에 포함된 전제, 사용된 근거의 범위, 최신성 여부, 그리고 잠재적 반례의 존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인간 검증자가 일일이 수행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드는 작업이며, 실제로 오류 전파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Gen AI는 동일 주제에 대해 상반된 연구 결과나 대안적 해석이 존재하는지를 빠르게 탐색함으로써, 전문가 발언이 합의된 지식인지, 논쟁 중인 가설인지, 혹은 이미 수정된 주장인지를 구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 기능은 단순한 ‘초기 검토’를 넘어, 전문가 발언을 자동으로 ‘검증 가능한 상태’로 변환하는 전처리 인프라에 가깝다.
물론 생성형 모델이 환각이나 부정확한 요약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와 평가를 통해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Gen AI의 역할을 축소해야 할 이유라기보다는,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할 이유에 가깝다. 인간 전문가가 최종 판단을 수행하되, 그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검증 부담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역할에서 Gen AI는 이미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결국 Gen AI는 오류를 자동으로 제거하는 장치가 아니라, 전문가 오류가 권위 뒤에 숨기 전에 드러나도록 만드는 능동적 검증 촉진자로 기능한다. 인간 감독은 여전히 필수적이지만, 그 감독은 모든 검증을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Gen AI가 제시한 검증 지점을 판단하는 고차원적 역할로 이동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Gen AI는 전문가 오류 전파에 대응하는 보조 수단을 넘어, 정보 생태계의 구조를 바꾸는 핵심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2. Gen AI는 댓글·커뮤니티 담론을 검증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현대의 정보 환경에서는 댓글, 커뮤니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실과 의견이 혼합된 담론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증폭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 경험담이나 추측이 사실처럼 유통되거나, 반복 노출과 집단 동조를 통해 근거 부족한 주장에 신뢰성이 부여되는 현상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속도와 규모는 전통적인 사실 검증 방식이 사후적으로 개입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이 맥락에서 Gen AI는 단순히 담론을 관찰하는 분석 도구를 넘어, 담론의 형성과 확산 과정에 개입하는 검증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Gen AI는 대규모 텍스트를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하여 사실 주장과 의견 표현을 자동으로 분리하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장 구조, 감정적 확신을 동반한 단정 표현, 출처가 결여된 일반화 패턴을 체계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이는 개별 게시글의 진위를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 전체가 어떤 방식으로 왜곡되거나 단순화되고 있는지를 가시화하는 역할에 가깝다.
더 나아가 Gen AI는 특정 주장이 얼마나 다양한 출처에서 독립적으로 제시되고 있는지, 아니면 동일한 서사가 반복 복제되고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커뮤니티 내부에서 형성되는 ‘합의’가 실제 근거의 축적인지, 단순한 노출 효과의 산물인지를 구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일부 실험 연구들은 이러한 AI 기반 구조 분석이 사용자의 정보 평가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를 촉진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특히 정보 과잉 환경에서 판단 부담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보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물론 Gen AI는 커뮤니티 담론의 진위를 선언하거나 사용자의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판단을 유보하게 만드는 소극적 도구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Gen AI의 핵심 역할은 무비판적 수용이 이루어지기 전에 담론을 ‘검증 가능한 상태’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개별 주장에 대해 즉각적인 찬반을 선택하기보다, 어떤 부분이 사실 검증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부분이 의견이나 해석의 영역인지를 인식한 상태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결국 커뮤니티 담론 분석에서 Gen AI는 오류 가능성을 전제로 하되, 그 오류를 이유로 배제되는 도구가 아니라, 집단적 확신이 형성되는 속도를 늦추고 검증 개입의 여지를 구조적으로 확보하는 적극적 매개체로 기능한다. 인간의 최종 판단은 여전히 필수적이지만, 그 판단은 더 이상 무방비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Gen AI는 온라인 담론 환경의 질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3. Gen AI는 다른 Gen AI를 검증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Gen AI가 생성한 정보가 다시 다른 AI의 입력으로 사용되면서 오류가 누적·증폭되는 문제는 생성형 모델의 구조적 한계 중 하나다. 단일 모델을 신뢰할 경우, 이러한 오류는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다른 모델의 출력을 비교하는 방식은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데 일정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다수의 모델을 활용해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응답을 비교하면, 특정 모델에만 나타나는 과도한 일반화나 근거 없는 확신을 상대적으로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이는 정답을 찾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다, 합의되지 않은 영역과 불확실한 지점을 노출하는 절차에 가깝다. 실제로 연구 환경에서는 이러한 다중 모델 비교 접근이 오류 탐지 보조 수단으로 실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 방식 역시 만능은 아니다. 여러 모델이 동일한 오류를 공유할 가능성도 존재하며, 비교 결과를 해석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다. 따라서 Gen AI 간 검증은 인간 판단을 대체하지 않고, 판단 이전의 참고 자료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결론: 인간-AI 하이브리드 검증 인프라의 필요성
Gen AI는 오류를 생성할 수 있으며, 스스로 그 오류를 완전히 통제하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Gen AI는 결코 완벽한 검증 도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 발언을 검증 가능한 주장으로 분해하고, 커뮤니티 담론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며, AI 자체의 출력마저 비교·점검의 대상으로 삼을 때, Gen AI는 정보 환경을 보다 방어적으로 만드는 보조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핵심은 인간과 AI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있다. Gen AI는 판단을 내리는 주체가 아니라, 판단을 준비하는 도구여야 한다. 이러한 인간-AI 하이브리드 접근이 전제될 때, Gen AI는 과신의 대상이 아니라 검증 문화를 확장하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생성형 인공지능이 시냅스 가소성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 (0) | 2026.01.16 |
|---|---|
| Gen AI First 시대, 비판적 거리두기와 검증을 중심으로 한 사고 전략 (0) | 2026.01.15 |
| 돌봄에서 통치로: 미셸 푸코의 목자권력과 전면적 앎의 문제 (0) | 2026.01.10 |
| 모세오경 명칭과 기억의 프레이밍: 정경 문헌의 인지적 수용 방식에 대한 고찰 (1) | 2026.01.03 |
| 종교 쇠퇴 사회에서, 기독교는 어떻게 존재해야 할 것인가? (0) | 2026.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