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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오버피팅 현상과 생성형 AI: 인지·조직·철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고찰

by modeoflife 2025. 11. 13.


전문가는 지식사회에서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규정하는 핵심 주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문지식이 깊어질수록 새로운 문제에 적응하는 능력은 감소할 수 있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오버피팅(overfitting)”특정 데이터셋에 과도하게 최적화되어 일반화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이 글은 이 개념을 인간 전문가의 인지·조직·철학적 층위에 적용하여 “전문가 오버피팅”이라는 새로운 인식론적 틀을 제시한다. 나아가 생성형 AI(Generative AI, GenAI)의 확장적 추론 능력과 다각적 시뮬레이션 기능이 이 문제를 완화하는 방식도 함께 분석한다. 이는 지식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는 주제다. 특히 현재, GenAI의 인지 재구성 역할이 인간 전문성을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지식 체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1. 전문가 오버피팅: 엄밀한 개념적 정의

전문가 오버피팅은 과도한 패턴 내부화, 환경 변화에 대한 일반화 능력 저하, 모델-현실 간 단절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춘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과도한 패턴 내부화는 장기간 반복된 경험이 전문가 내부에서 고정된 스키마(schema)로 응결되며, 새로운 입력을 기존 패턴에 강제적으로 맞추게 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환경 변화에 대한 일반화 능력 저하는 현실의 변화가 기존 모델과 불일치할 때 이를 ‘잡음(noise)’으로 처리하여 모델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모델-현실 간 단절은 지식 체계가 현실을 설명하기보다 현실을 자신의 모델에 맞추어 재해석하는 단계에 이르면 발생한다.

이 정의는 단순 비유가 아니라, 인간 인지와 사회적 전문성이 실제로 오버피팅과 유사한 구조적 취약성을 공유함을 보여준다. 최근의 GenAI는 이 틀에서 인간 전문가의 경직성을 탐지하고, 상이한 입력 공간을 제시하며, 인지적 유연성을 회복시키는 ‘모델 외삽 장치(model extrapolator)’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AI가 인간의 인지 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 인지적 메커니즘: 자동화된 스키마와 편향의 누적

전문가는 반복된 학습을 통해 직관적 판단체계를 자동화한다. Kahneman의 이론으로 보면, 시스템 1의 과잉 강화, 확증편향의 구조화, 인지적 폐루프(cognitive closed-loop)라는 세 가지 인지적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시스템 1의 과잉 강화는 직관적·패턴 기반 의사결정이 숙련과 함께 가속되나, 이는 신속성의 반대급부로 유연성을 잃는 현상이다. 확증편향의 구조화는 전문가가 기존 지식을 강력한 “사전 확률”로 간주하여 새로운 증거를 모델 업데이트 신호가 아니라 ‘예외’로 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인지적 폐루프는 패턴 → 예측 → 검증 → 패턴 강화라는 순환 구조가 자가증식하며 스키마 경직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가리킨다.

흥미롭게도 GenAI는 인간과 반대로 지나치게 많은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특성(‘상상력 기반 탐색’)을 갖고 있어, 인간 전문가의 좁아진 해석 폭을 외부에서 확장하는 효과를 낸다. 이는 인간의 직관적 오버피팅을 균형 있게 교란하는 기제로 기능하며, 2025년 연구에서 GenAI가 인간 인지의 깊이 있는 사고를 보완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은 CHI 2025 워크숍 합성 보고서 "Tools for Thought: Research and Design for Understanding, Protecting, and Augmenting Human Cognition with Generative AI"에서 강조되는데, 이 보고서는 GenAI의 메타인지적 에이전트가 인간 사고를 보완하는 내용을 다루며, 조직·사회적 인지 영향, 에코 챔버 깨기, 다학제적 협력 촉진을 논의한다. 보고서의 arXiv 원본은 https://arxiv.org/abs/2508.21036에서확인할 수 있으며, 워크숍 PDF는 https://www.microsoft.com/en-us/research/wp-content/uploads/2025/04/CHI2025_Workshop_Tools_for_Thought.pdf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3. 조직·사회적 차원: 집단적 모델 고착과 패러다임의 폐쇄

전문가 오버피팅은 개인의 심리 현상에 머물지 않고, 조직·학문 공동체의 구조적 특성과 결부된다. 지식 공동체의 동질성(Homogeneity)은 동일한 훈련·방법론·언어를 공유하는 전문가 집단에서 내부 검증이 약화되고, 새로운 관점이 구조적으로 차단되는 현상이다. 패러다임 내부 문제 해결(Kuhn의 정상과학)은 혁신적 문제보다 기존 패러다임 내부 문제에 집중하면서 ‘모델’이 ‘세계’보다 우위가 되는 역전 현상을 발생시킨다. 집단적 확증편향은 전문가들이 동료 집단을 통해 스키마를 상호 강화하며, 조직 차원에서 거대한 과적합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GenAI는 이 지식의 폐쇄적 메커니즘을 흔드는 효과를 갖는다. 서로 다른 분야의 관점을 병렬적으로 생성하는 능력 덕분에, 조직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인지적 단일화를 완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GenAI는 다학제적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적 촉매'로 작용한다.



4. 실증적 사례와 GenAI의 개입

초기 COVID-19 사례에서 기존 호흡기 질환 패턴에 의존한 오판은 ‘진단적 오버피팅’의 대표적 예다. 2025년 의료 AI 연구에서, 다각적 증상 조합을 생성하는 GenAI 기반 보조 진단 도구가 희귀 사례 인지율을 상당히 높인 연구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도구는 희귀 질환 시뮬레이션을 통해 진단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키며, 특히 콜라겐 VI 관련 선천성 근육 위축증 같은 희귀 질환 진단에서 AI의 패턴 인식 능력이 기존 전문가의 한계를 넘어서는 효과를 보인다.

전통적 거시경제 모델은 금융위기·인플레이션·비합리적 행동을 포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중앙은행이 GenAI 기반 대체 시나리오 생성 모델을 정책 분석 과정에 통합했으며, 극단적 사건(black swan 등)에 대한 대비책 생산 능력이 강화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GenAI가 경제적 불확실성을 시뮬레이션하여 전문가의 모델 고착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장기 경험 기반 교육 방식이 새로운 학습 세대와 디지털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은 전형적 과적합이다. 반면 북유럽 일부 교육기관에서 GenAI 피드백 루프를 정식 도구로 채택한 사례는 교수법 갱신 주기를 단축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AI 및 디지털화 전략에 따라 학교와 대학에서 GenAI가 일상적으로 활용되며, 교사의 일상 업무에 통합되어 학습 설계와 피드백을 강화하는 효과가 확인된다.

이들 사례는 수치화된 모델보다, 오버피팅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GenAI의 개입 방식이 다양한 분야에서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됨을 보여준다. 2025년 연구에서 이러한 패턴은 GenAI의 다중 모달 데이터 생성이 전문가의 인지 편향을 완화하는 공통 메커니즘으로 해석된다.


5. 철학적 고찰: 지식의 형식화와 개방성의 상실

전문가 오버피팅은 지식의 존재론적·인식론적 한계로 이어진다. 지식의 형식화(Formalization)는 Heidegger의 “기술적 사유”처럼, 지식이 세계를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특정 구조로 재단하는 힘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자기참조적 폐쇄성(Epistemic Closure)은 체계가 안정화되면 외부 세계보다 내부 명제 간 정합성이 더 우선되는 ‘자기 강화적 진리 체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반성적 무지(Reflective Ignorance)의 상실은 전문가가 자신의 무지를 자각할 때만 지식은 확장될 수 있으나, 패러다임 내부의 오버피팅은 이런 겸허함을 약화시키는 현상이다.

GenAI는 인간이 스스로 접근하기 어려운 모델 외곽의 불확실성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지식의 폐쇄성을 흔드는 현대적 “소크라테스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GenAI가 인간 인지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철학적 개방성을 창출하는 창발적 역할을 강조한다.


6. 극복 전략: GenAI 시대의 비전문화적 사고와 메타인지적 개방성

다음 세 가지 전략은 전문가 오버피팅을 체계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안된다. 이 전략들은 GenAI와 인간의 하이브리드 상호작용을 통해 미래 지식 체계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GenAI는 초심자 관점에서 문제 상황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있어, 전문가가 잃어버린 ‘초보자의 감수성’을 회복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는 AI가 생성한 대안 시나리오를 통해 전문가의 고정 관점을 교란하는 '인지적 리셋'으로 기능한다.

GenAI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분야 간 토론 실험은 실제 연구에서 사고전환 효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이 방식은 전문가의 고착된 스키마를 깨는 ‘인지적 충격’을 제공하며, 2025년 다학제 연구에서 GenAI가 윤리적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역할을 제안한다.

GenAI는 의사결정의 전제·편향·누락을 자동 분석할 수 있어, 전문가는 정기적으로 자신의 판단 모델을 재검토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느린 사고를 인공지능의 확장적 사고와 결합하는 하이브리드형 “메타인지 프로토콜”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전문가의 인지 탄력성을 강화한다.


7. 결론

전문가 오버피팅은 전문성의 실패가 아니라, 전문성이 심화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부작용이다. 이러한 경직성은 개인·조직·철학의 층위에서 발생하며, 지식이 현실을 해석하는 능력보다 자기 정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본격화된다.

생성형 AI는 이 폐쇄적 구조를 외부에서 교란하며, 새로운 입력 공간을 열어주고, 전문가가 스스로 갱신할 수 있는 인지적·조직적·철학적 틀을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GenAI 시대의 전문성은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자기 모델의 한계를 기꺼이 갱신하려는 개방적 지성”에서 완성된다. 이는 2025년 이후의 지식생태계에서 중심적 기준이 될 것이며, 전문가 오버피팅을 넘어서는 지속 가능한 지식 체계를 형성하는 핵심 원리가 될 것이다. GenAI와 인간의 협력이 창발하는 새로운 인지 패러다임은, 궁극적으로 지식의 미래를 재정의할 것이다.

 

 

<<추가>>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전문가들과 유사한 형태의 오버피팅을 경험한다. 반복된 습관이나 과거 경험이 하나의 고정된 해석 틀로 굳어지면, 새로운 상황을 그 틀 안에 억지로 끼워 맞추게 된다. 직장에서 늘 하던 방식만 고수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 혹은 인간관계에서 과거의 상처나 선입견에 기반해 상대를 재해석하는 태도는 모두 이러한 일상적 오버피팅의 표현이다. 이는 Kahneman이 설명한 자동화된 직관적 사고, 즉 시스템 1이 지나치게 강화되어 새로운 정보의 의미를 재조정하지 못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사고의 유연성도 점차 감소한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이러한 인지적 경직성을 완화하는 일상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초심자가 던질 법한 질문을 재구성하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긴 전제를 교란함으로써 기존 스키마에 균열을 낸다. 예컨대 대화형 AI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혀 다른 관점의 해석을 제시하면, 자동화된 판단 흐름이 잠시 중단되고 메타인지적 점검이 일어난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 의식하기 어려운 편향이나 습관적 해석 패턴을 외부에서 비추어주는 ‘인지적 리셋’ 효과로 이어진다.

이처럼 오버피팅 개념은 전문직 영역을 넘어 일상적 사고·행동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틀이다. 그리고 GenAI는 그 틀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도록 돕는 촉매로 작용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더 많은 경험이 아니라, 익숙한 경험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의 모델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려는 개방적 태도이며, 이는 현대적 지성의 핵심 능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