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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확대와 폭력성: 초기 기독교에서 현대 심리학적 관점까지 (같은 편이 많아지면 왜 폭력적이 되는가?)

by modeoflife 2025. 10. 15.


인간 사회에서 집단의 규모와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그 집단의 행동 양상이 변화하는 현상은 오랜 역사적·심리학적 논의의 대상이다. 특히, 소수 집단으로서의 취약성과 인내를 통해 생존하던 그룹이 다수 또는 권력 집단으로 전환될 때, 내부 결속이 강화되는 동시에 외부 집단에 대한 배타성과 폭력이 증폭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집단 심리와 권력 역학의 필연적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글은 이 주제를 초기 기독교의 역사적 사례를 통해 탐구한다. 사도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사도행전 17장)를 시작으로,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로 부상한 후 이교도 박해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하며, 이를 현대 심리학의 인-그룹 바이어스(in-group bias) 이론으로 설명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역학은 종교나 이념의 본질적 메시지가 권력과 결합될 때 왜곡되는 과정을 드러내며, 다문화 사회에서 공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초기 기독교의 대화적 접근: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

초기 기독교는 로마 제국 내 소수 종교로서, 다신교 문화 속에서 생존을 위해 대화와 적응 전략을 채택했다. 사도 바울의 아테네 아레오바고 설교(사도행전 17:16-34)는 이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울은 아테네의 우상 숭배를 비난하기보다는, 현지인들의 종교적 열정을 인정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너희가 알지 못하는 그 우상을 섬기는 자여"라는 표현은 비판적 태도가 아닌, 문화적 공감을 바탕으로 한 설득의 도구였다. 학술적 분석에 따르면, 이 설교는 누가의 서술에서 에피쿠로스파와 스토아파 철학자들과의 논쟁을 통해 그리스-로마 철학의 요소를 빌려 그리스도를 소개하는 전략으로, 단순한 전파가 아닌 문화적 맥락화(contextualization)의 모범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 연설은 소크라테스적 대화법과 유사하게 인간의 신에 대한 반성을 비판적으로 다루며, 청중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바울의 접근은 소수 집단의 생존 전략으로서 이해와 인내를 강조하며, 폭력적 대립을 피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초기 기독교가 박해받는 환경에서 내부 결속을 유지하면서도 외부와의 조화를 추구한 결과였다.

국교화와 권력의 왜곡: 콘스탄티누스 시대 이후의 변화

그러나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로 부상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312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비오 다리 전투(전투 전 '이니호스 기호' 환상)는 기독교의 공식적 지지를 가져왔고,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종교 자유가 선언되었다. 그러나 이는 기독교의 확대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권력과 결합된 배타성을 불러일으켰다. 콘스탄티누스 시대에는 아직 이교 종교를 완전히 금지하지 않았으나, 그의 후계자들, 특히 380년 테오도시우스 1세의 데살로니카 칙령으로 기독교가 유일한 국교가 되면서 이교 제사와 유대교 전환이 불법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교 사원을 파괴하고, 우상 숭배를 이유로 이교도들을 처벌하는 폭력을 정당화했다. 예를 들어, 4세기 후반 피르미쿠스 마테르누스(Firmicus Maternus)와 같은 기독교 변호가들은 이교도에 대한 전면적 박해를 주장했다. 이는 초기의 박해받는 신앙에서 권력을 쥔 다수 집단으로의 전환으로 인한 역설적 결과였다. 과거 소수로서의 인내가 사라지고, '절대적 진리'로서의 자기 확신이 외부 집단을 '오염된 존재'로 규정하게 된 것이다. 이 역사적 전환은 종교의 사랑과 구원 메시지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사례로, 집단 확대가 폭력을 초래하는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집단 심리학적 설명: 인-그룹 바이어스와 위협 인식

이러한 역사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현대 심리학의 인-그룹 바이어스 이론이 유용하다.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르면, 개인은 집단 소속감을 통해 자아를 강화하며, 이는 내부 결속을 높이지만 외부 집단에 대한 편견을 유발한다. 집단이 확대될수록 이 바이어스는 강화되어, '우리' 집단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그들' 집단을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그룹 바이어스는 그 자체로 폭력을 유발하지 않으나, 외부 위협 인식(예: 문화적·종교적 차이)이 결합되면 공격성을 촉발한다. 예를 들어, 폭력 노출 환경에서 인-그룹 바이어스가 감소하는 대신 내부화 증상이 나타나지만, 권력 집단에서는 반대로 외부 집단에 대한 적대가 증폭된다. 또한, 집단 정체성이 강해질수록 포스트-갈등 상황에서도 종파적 폭력이 지속되며, 이는 기독교의 국교화 과정에서 이교도 박해로 나타난 바와 유사하다. 이러한 심리적 역학은 단순한 편향을 넘어, 집단 확대가 '우리'의 안위를 위해 '그들'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결론

초기 기독교의 바울적 대화에서 콘스탄티누스 이후 시대의 박해로 이어지는 역사는, 집단 확대가 폭력성을 초래하는 과정을 생생히 증언한다. 소수 시기의 인내와 이해가 다수 시기의 배타성과 권력 남용으로 왜곡된 이 사례는, 인-그룹 바이어스와 위협 인식의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성찰의 기회이다. 진정한 신앙이나 이념은 타인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 속에서 공존을 추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현대 다문화 사회에서 이 교훈은 더욱 절실하며, 집단의 확대를 폭력의 원천이 아닌 조화의 도구로 전환하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