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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의 종교 사상과 정치적 위기(Religious Ideas and Political Crises in Ancient Egypt)

by modeoflife 2025. 10. 8.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세계종교사상사》 1권 제4장은 고대 이집트 종교를 메소포타미아 이후 인류 종교사의 또 다른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신화적 원형의 제도화, 파라오의 신성한 역할, 정치적 위기 속에서 사후 세계의 '민주화', 태양 숭배의 정치적 함의를 탐구합니다. 엘리아데는 이집트 종교를 '신성한 시간의 재현'과 '우주 질서(ma'at)의 유지'라는 테마로 해석하며, 피라미드와 텍스트(예: 피라미드 텍스트, 죽은 자의 서) 같은 고고학적·문헌적 증거를 바탕으로 상징적 의미를 강조합니다. 그는 이집트 종교를 “시간과 영원의 종합”으로 규정하며, 메소포타미아의 제의적 공간성(sacralized space)을 넘어, ‘영원회귀의 시간적 변형’, 즉 ‘영원의 시간화’를 이룬 첫 문명이라고 말합니다. 이집트 문명은 신화·정치·죽음의 제의가 결합된 “신성한 영속성의 제국”이었으나, 바로 그 영속성의 체계가 왕권의 신성성 붕괴와 태양신 아톤(Aten)의 실패한 개혁 속에서 흔들렸다고 해석합니다. 이 챕터는 자연과 정치의 통합, 죽음과 부활의 주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영원한 딜레마를 드러냅니다.

25. 되풀이되는 창조의 기억: "최초의 시간"  

엘리아데는 이집트 종교의 핵심을 'zp tpj'(제르-테피, Zep Tepi, 최초의 시간, primordial time)으로 보아, 이 신화적 원형이 모든 창조와 의례의 출발점이라고 해석합니다. 나일강 유역의 도시 문명(기원전 3000년경)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혼돈의 원초적 물(Nun)에서 아툼(Atum) 신이 스스로를 창조하는 순간을 상징하며, 피라미드와 태양 사원의 유적에서 확인됩니다. 이집트의 모든 신화는 “제르-테피”, 즉 최초의 시간으로 회귀하려는 제의적 기억의 체계입니다. 세계는 창조된 사건이라기보다, 영원히 반복되어야 하는 창조의 행위였으며, 매일 아침 태양의 떠오름은 창조의 재현이었습니다. 엘리아데는 이를 '신성한 시간의 영원회귀'로 규정하며, “시간의 성화(sacralization of time)”로 정의합니다. 매일의 의례(예: 제사)가 이 '최초의 기적'을 재현함으로써 우주 질서를 유지한다고 강조하며, 이집트인에게 신앙이란 ‘시간을 기억하는 행위’였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영원히 갱신하는 종교적 메커니즘으로, 인간의 삶을 신화적 시간 속에 포함시킵니다.

26. 신들의 탄생과 세계의 형성  

이집트의 창조 신화는 헬리오폴리스, 멤피스, 헤르모폴리스 등 지역별로 다양하지만, 엘리아데는 공통적으로 '사고와 말씀의 힘'으로 우주가 형성된다고 분석합니다. 태초의 신 아툼(Atum)은 스스로를 분화시켜 습기(Shu)와 수분(Tefnut), 하늘과 대지(Geb과 Nut), 그리고 오시리스·이시스·세트·네프티스에 이르는 신들의 족보를 낳습니다. 이 계보는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질서화된 우주의 계보입니다. 아툼이나 푸타흐(Ptah)가 생각과 언어로 신들을 창조하는 과정은 원초적 언덕(primordial mound), 연꽃, 또는 알의 출현으로 표현되며, 라(Re)의 눈물에서 인간이 탄생합니다. 엘리아데는 이 신화들을 '질서화된 혼돈의 패턴'으로 보아, 텍스트(예: 멤피스 신학)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신들의 계보가 정치적 위계를 반영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 신화를 “자기 안에서 세계를 산출하는 창조의 신학”이라 부르며, 신적 존재가 ‘우주적 자기인식’의 모델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코스모고니는 단순한 기원 이야기가 아니라, 제례를 통해 반복되는 우주 재창조의 모델로 기능합니다.

27. 육화한 신의 책무: 파라오와 마아트의 질서  

파라오는 '육화한 신(incarnate god)'으로서 Ma'at(우주 질서, 정의)을 유지할 책임을 지며, 엘리아데는 이를 "신과 인간의 매개자로서의 정치적 신성"으로 해석합니다. 고대 왕국 시대(기원전 2700~2200년)부터 파라오는 호루스(Horus)의 화신으로, 나일강의 범람과 농업 풍요를 신의 의지로 연결지었습니다. 파라오는 신의 화신으로, 신성의 현현(hierophany)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통치 실패나 재난을 맞을 때, 이는 신의 실패이자 우주의 균열로 간주되었습니다. 피라미드 텍스트에서 파라오의 일상이 신화적 행위로 묘사되는 점을 들어, 엘리아데는 파라오의 실패가 우주적 혼돈을 초래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를 “육화한 신의 윤리적 책임”으로 해석하며, 왕이 인간의 죄를 대속하고 세계 질서를 회복하는 제의적 역할을 강조합니다. 이는 인간 통치자가 신성한 질서를 보장하는 최초의 체계적 모델로, 후대의 신정정치의 원형을 제시합니다.

28. 파라오의 승천과 별의 왕국  

파라오의 죽음은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승천(ascension to heaven)'으로, 엘리아데는 이를 "신화적 시간으로의 귀환"으로 분석합니다. 피라미드 텍스트에 따르면, 파라오는 새(ba) 형태로 하늘로 올라 라 신의 영역에 도달하며, 사다리나 배를 타고 우주를 횡단합니다. 왕은 죽음 후 별자리 속으로 승천하여 라(Ra)와 합일됩니다. 피라미드 텍스트는 이를 “왕이 하늘의 사다리를 오르는 찬가”로 노래합니다. 엘리아데는 이 의례를 통해 파라오가 죽음 후에도 질서를 유지하는 '영원한 왕'이 된다고 강조하며, 무덤 건축(피라미드)이 우주의 축(axis mundi)을 상징한다고 봅니다. 이 승천은 단순한 사후 신앙이 아니라, 질서의 영속을 보증하는 천상의 등극 의례로, 왕이 사라져도 세계는 무너지지 않음을 선언하는 신학적 장치였습니다. 이러한 승천 신화는 사후 세계를 엘리트만의 특권으로 한정짓지만, 정치적 안정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29. 오시리스, 죽임당하고 부활한 신  

오시리스 신화는 '죽음과 부활의 원형'으로, 엘리아데는 세트(Seth)의 살해, 이시스(Isis)의 부활 의식, 호루스의 복수를 "자연 순환과 왕권 승계의 상징"으로 해석합니다. 오시리스 신화는 이집트 종교의 중심이며, “죽음의 제의화”의 완성입니다. 세트(Set)에 의해 살해된 오시리스는 이시스의 애통 속에서 부활하며, 부활의 원형이자 사후 세계의 왕이 됩니다. 오시리스는 무기력한 죽은 왕으로 묘사되지만, 호루스의 눈(Wedjat)을 통해 재생되어 식물적·생식적 에너지를 부여합니다. 엘리아데는 이 이야기를 메소포타미아의 두무지 신화와 비교하며, 연례 축제(Osiris mysteries)에서 슬픔과 기쁨의 교대가 드러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를 “영원회귀의 내면화”라 부르며, 이집트 종교가 죽음을 통해 영원을 긍정하는 최초의 사유 체계를 만들었다고 해석합니다. 오시리스는 왕의 모델로, 파라오가 그의 죽음을 재현함으로써 왕국의 번영을 보장합니다.

30. 신성 왕권의 붕괴와 사후 세계의 보편화  

중간기(기원전 2200~2050년)의 정치적 분열은 신성 왕권의 위기를 초래하며, 엘리아데는 이를 "신화적 질서의 동요"로 규정합니다. 왕의 신격이 흔들릴 때, 영원의 질서(Maat)는 붕괴합니다. 파라오의 약화로 Ma'at이 무너지자, 절망 속에서 사후 세계가 '민주화'됩니다—커핀 텍스트(Coffin Texts)에서 일반인도 오시리스와 동일시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은 오히려 사후 세계의 구원을 모든 인간에게 확장시킵니다. 엘리아데는 이 변화를 '인간 운명의 비극적 확장'으로 보아, 엘리트 중심의 승천이 보편적 구원으로 전환된 순간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를 “영원의 민주화”라 표현하며, 신정적 세계관의 붕괴 속에서도 인간의 영혼이 직접 신성에 참여하게 되는 사상적 전환으로 해석합니다. 이는 종교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는 도구로 진화한 증거입니다.

31. 태양신화의 신학과 정치  

신왕국 시대(기원전 1550~1070년)의 '태양화(solarization)'는 아몬(Amon)과 라의 합체(Amon-Re)로, 엘리아데는 이를 "정치 권력의 신학적 정당화"로 분석합니다. 라(Ra)의 태양신화는 창조와 정치의 일치를 상징합니다. 태양의 순환은 왕의 통치 주기이며, “매일의 창조”는 국가의 지속을 정당화했습니다. 태양 신화는 라가 혼돈을 정복하는 패턴을 따르며, 파라오는 라의 대리인으로서 매일의 일몰·일출을 재현합니다. 엘리아데는 신전 의례와 텍스트에서 태양 숭배가 왕권을 강화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자연 순환을 정치적 안정으로 연결짓는 상징적 통합입니다. 그러나 이 ‘빛의 신학’은 동시에 폐쇄적이며, 왕권의 신화적 정당성이 약화될 때에는 곧 정치적 위기를 불러옵니다.

32. 아켄아톤의 개혁과 신성의 파열  

아멘호테프 4세(아켄아톤, 기원전 1353~1336년)의 아톤(Aten) 숭배는 일신교적 개혁으로, 엘리아데는 이를 "좌절된 신학 혁명"으로 평가합니다. 아멘호텝 4세(아켄아톤)는 태양 원반 아톤(Aten)만을 유일신으로 섬기며 신성의 집중화를 시도했지만, 이는 “신성 질서의 체계”를 붕괴시켰습니다. 태양 원반 아톤을 유일신으로 선포하며 기존 신전을 파괴했으나, 사후에 폐기되었습니다. 엘리아데는 아마르나 유적의 찬송시를 들어, 아톤이 창조와 생명의 원천으로 묘사된 점, 즉 “자기현현적 신성(theophany of immanence)”을 강조하지만, 정치적 저항으로 실패했다고 봅니다. 그는 아톤 종교를 “형이상학적 단일성의 실험이자 정치적 파국”으로 해석하며, 이 시도를 ‘종교적 의식의 역사화’로 평가합니다. 이는 전통 신화와의 충돌 속에서 종교 개혁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33. 최후의 종합: 라와 오시리스의 신비적 통합  

신왕국 말기의 '라-오시리스 합체'는 죽은 파라오를 통해 실현되며, 엘리아데는 이를 "생명과 죽음의 상보성"으로 해석합니다. 이집트 후기에는 태양신 라와 죽은 자의 신 오시리스가 하나로 결합합니다. 이 통합은 생명과 죽음, 낮과 밤, 질서와 혼돈의 화해를 의미하며, 라의 태양적 측면과 오시리스의 지하세계적 측면이 통합되어, 죽은 자의 서에서 심장 재판이 라-오시리스의 심판으로 묘사됩니다. 엘리아데는 이 종합을 '신들의 상호 보완'으로 보아, 텍스트에서 라가 오시리스로 변신하는 패턴을 들어 종교의 최종적 조화를 강조합니다. 그는 이를 “영원과 시간의 신비로운 합일”로 규정합니다. 이 순간, 이집트 종교는 그 자체로 신화적 시간과 역사적 인간 의식의 종합에 도달합니다. 이는 이집트 종교의 성숙을 상징합니다.

결론: 신화적 질서의 위기와 재통합: 영원의 붕괴와 인간의 자각  

엘리아데에게 고대 이집트는 신성한 시간과 공간이 정치적 현실과 얽힌 세계로, 위기 속에서 사후 세계의 보편화와 태양 신학의 종합을 통해 "신화에서 역사로의 전환"을 이룹니다. 그는 고대 이집트를 “영원한 질서의 신학이 인간적 의식으로 전환된 문명”으로 규정합니다. 메소포타미아가 신성의 제도화를 이뤘다면, 이집트는 그 신성을 의식과 구원, 죽음의 철학으로 내면화했습니다. 오시리스와 라의 합체는 인간 운명의 순환을 초월하려는 종교적 열망의 절정이며, 왕권의 몰락과 함께 신성은 개인의 영혼으로 옮겨졌고, 인간은 최초로 “죽음을 넘어선 자기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집트 종교는 인류 종교사의 '영원한 재현' 모델로서, "우주 질서를 인간 역사의 일부로 각인시킨 문명"입니다.

 

 

 

Mircea Eliade(미르치아 엘리아데)의 A History of Religious Ideas(종교사상사)

A History of Religious Ideas, Volume 1: From the Stone Age to the Eleusinian Mysteries(석기시대에서 엘레우시스의 신비까지) "엘리아데만큼 서구의 문학 연구자들에게 ‘원시’ 종교와 동양 종교에 대해 깊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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