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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혁명: 농업의 발견 — 중석기 및 신석기 시대(The Longest Revolution: The Discovery of Agriculture — Mesolithic and Neolithic)

by modeoflife 2025. 10. 8.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세계종교사상사》 1권 제2장은 중석기(Mesolithic)와 신석기(Neolithic) 시대를 '가장 길었던 혁명'으로 규정하며, 농경의 도입이 종교적 세계관의 근본적 변형을 가져온 과정을 탐구합니다. 엘리아데는 이 혁명을 단순한 경제적 변화가 아닌, 인간이 자연의 성스러움(sacred)을 재구성하는 현상학적 전환으로 보아, 수렵-채집 사회의 '낙원적' 자연 종속에서 농경 사회의 '소유와 희생' 중심으로의 이행을 강조합니다. 이 챕터는 구석기 유산의 연속성과 새로운 상징 체계(곡물 신화, 대지-모신, 우주의 축 등)를 통해 종교의 보편적 구조를 드러내며, '영원회귀(eternal return)'와 '히에로파니(hierophany)' 개념을 초기 형태로 적용합니다. 

8. 잃어버린 낙원: 유목에서 정착으로의 전환

엘리아데는 농경의 시작을 단순한 경제적 진보가 아니라, 세계 인식의 근본적 혁명으로 해석합니다. 수렵과 채집의 시대는 인간이 자연의 리듬에 의존하던 '낙원적 상태(paradisiac condition)'로, 그 속에서 인간은 신성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며 우주적 조화를 체험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농경의 도입은 자연을 길들이고 소유하는 행위, 즉 인간이 우주적 질서에 개입하는 최초의 '탈낙원적 행위(exile from paradise)'로 제시되며, 이는 고고학적 증거(예: 중동 지역 초기 농경 유적)에서 유추됩니다. 이 변혁은 인간에게 풍요를 주었으나, 동시에 죄책과 희생의 종교적 감정을 낳았습니다. 땅을 경작한다는 것은 생명력을 지배하는 것이었고, 이는 신성에 대한 불경의 위험을 내포할 수 있습니다. 엘리아데는 이 모순된 체험 속에서 신석기 신화의 원형, 즉 인간의 '낙원 상실' 모티프가 태어났을 가능성을 강조하며, 후기 신화(예: 바빌로니아의 엔키두 이야기)와의 연계를 제안합니다.

9. 노동, 기술, 그리고 상상의 세계: 신성한 노동의 신화화

신석기 시대의 인간은 노동을 단순한 생계 행위로 보지 않았으며, 엘리아데는 이를 신성한 창조 행위로 해석합니다. 씨를 뿌리는 행위는 생명을 생성하는 신들의 행위를 재현하는 의식으로 간주되었고, 기술의 발전(도기 제작, 방직, 제분 등)은 "신의 행위를 모방하는 인간의 기술(theurgy)"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상상력이 인류 문화의 핵심 구조라고 보며, 인간의 기술이 종교적 상징의 기원이 되었을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즉, 신석기인은 도구를 만들며 세계를 재창조했고, 노동을 통해 신화적 의미를 생산하는 존재로 진화했다고 엘리아데는 분석하나, 이는 유물(예: 초기 도자기 문양)의 상징적 해석에 의존하므로 논쟁적입니다.

10. 구석기 수렵민의 유산: 제의적 상상력의 연속성

농경이 시작되었음에도 수렵민의 신성 체계는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으며, 엘리아데는 신석기인의 종교가 구석기인의 '성스러운 자연' 경험의 변형된 계승으로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수렵민의 희생 제의와 토템 신앙은 농경 의식 속에서 '씨앗의 희생'이라는 형태로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써 그는 종교사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혁명은 이전 신화의 변주"라는 통찰을 제시합니다. 즉, 신석기 종교는 단절이 아닌, 구석기의 신성 체험이 새로운 경제 형태 속에서 재구조화된 결과로, 고고학적 연속성(예: 동물-식물 상징의 전환)을 통해 뒷받침됩니다.

11. 식용 식물의 지배: 곡물 신화와 기원 설화

농경 사회의 핵심은 식물의 주기성과 인간 생명의 동일시로, 엘리아데는 곡물 신화에서 '죽음-재생'의 구조, 즉 신이 죽어 곡식이 되는 '희생 신화(dying-and-rising god)'를 읽어냅니다. 수메르의 두무지, 그리스의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이집트의 오시리스 등은 모두 식물의 생장 주기와 인간의 영속성을 결합한 상징으로 해석되며, 이는 초기 텍스트와 유물에서 유추됩니다. 그는 이를 "식용 식물의 지배(the dominion of edible plants)"라 부르며, 인류가 비로소 자연의 순환에 자신을 통합시키는 방식으로 신화를 재창조했다고 봅니다. 곡물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 자체의 성례(聖禮, sacrament)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12. 여성과 식물: 생명, 성스러운 공간, 세계의 순환

엘리아데는 신석기 신앙의 중심에 여성 원형의 재등장을 보았으며, 여성은 곡식, 대지, 출산의 상징으로서 "대지-모신(Great Mother)"의 현현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몸은 씨앗이 묻히는 땅, 즉 성스러운 공간(hierotopy)으로 인식되었고, 따라서 여성의 신성은 단순한 다산의 상징이 아니라, 우주의 순환적 질서를 유지하는 근원적 힘이었습니다. 이 관점은 이후 인도, 근동, 에게 문명의 여신 숭배로 발전하며, 농경 문명의 중심이 '남성적 신의 통치'에서 '여성적 대지의 재생력'으로 옮겨가는 신학적 변화를 시사합니다. 그러나 이는 주로 유물(예: 여성상) 기반의 해석이므로, 사회적 맥락의 불확실성을 엘리아데도 인정합니다.

13. 근동 신석기 시대의 종교: 정착과 성소의 출현

엘리아데는 근동의 여리고, 차탈회위크(Catalhöyük), 자르모 유적 등에서 발견된 유물을 근거로, 정착과 함께 성스러운 중심(temenos) 개념이 등장했다고 분석합니다. 이 시기에는 주거 공간이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우주의 축(axis mundi)을 상징하는 성소화된 장소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전, 제단, 가정 제의 등은 모두 '우주의 중심에서 신과 소통한다'는 종교적 세계관의 표현으로, 고고학적 증거(예: 초기 성소 배치)를 통해 뒷받침됩니다. 즉, 인간은 더 이상 자연 속의 한 존재가 아니라, 성스러움을 재현하는 존재, 세계의 축을 세우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14. 신석기 시대의 정신적 구조: 우주와 인간의 동일성

엘리아데는 신석기 시대의 정신 구조를 "우주적 동형성(cosmic homology)"으로 정의하며, 인간, 동식물, 하늘, 땅이 모두 하나의 생명 원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의식과 제의는 그 질서를 반복적으로 재확인하는 행위로, 따라서 신석기 종교의 핵심은 "존재의 순환적 재현", 즉 '영원회귀'의 실천이었습니다. 이는 후대의 농경 의례, 제사, 신년제에서 '새로운 시작'으로 재현되며, 엘리아데가 종교의 본질로 본 "신성한 시간의 반복" 구조가 이 시기에 확립되었다고 강조합니다. 이 해석은 상징적 유물의 패턴에서 도출되나, 직접적 텍스트 증거의 부재로 추정적입니다.

15. 야금술의 종교적 맥락: 불과 금속의 신화

엘리아데는 야금술의 발명을 신화적·종교적 사건으로 해석하며, 금속을 제련하는 과정은 불을 통한 정화와 변형의 의례였습니다. 대장장이(smith)는 신의 창조 행위를 모방하는 "성스러운 기술자(the divine craftsman)"로 간주되었고, 철과 불의 결합은 인간이 자연의 비밀을 해독하고, "신의 불"을 다루는 존재로 성장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를 "야금술의 신화적 종교성"이라 부르며, 기술이 종교적 상징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포착합니다. 이러한 사유는 훗날 연금술(alchemy), 신비주의, 재생의 상징 체계로 이어지며, 초기 야금 유적(예: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유추됩니다.

결론: 신석기 혁명, 신성의 재구성

엘리아데에게 신석기 혁명은 인간이 우주 속에서 자신을 다시 위치시킨 사건으로, 수렵에서 농경으로의 전환은 곧 신성의 공간적·시간적 재구조화였습니다. 그 속에서 인간은 "세계의 중심을 세우는 존재(homo religiosus)"로 거듭났으며, 노동, 기술, 여신, 곡물, 제의, 금속 모두는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은 신을 잃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신을 창조했다." 이것이 엘리아데가 '가장 길었던 혁명'이라 부른 이유이며, 그의 종교사 전체를 관통하는 인간학적 명제의 출발점이 됩니다.

 

 

 

Mircea Eliade(미르치아 엘리아데)의 A History of Religious Ideas(종교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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