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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니우스와 영성

modeoflife 2025. 4. 16. 09:53

 

코메니우스와 영성

코메니우스(John Amos Comenius, 1592~1670)라는 이름은 서양 교육학사(敎育學史)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흔히 ‘근대 교육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보편적 교육(pansophia)’을 꿈꾸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교육철학은 결코 세속적인 목적만을 지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코메니우스의 사상 한가운데에는 기독교적 신앙에 기초한 영성(靈性)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믿음이 놓여 있습니다.

우선, 코메니우스의 인생을 살펴보면, 그가 보헤미아 형제단(Moravian Church, Unity of the Brethren)에서 활동하던 신학자였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당대 보헤미아 지역(오늘날 체코)에서는 종교적·정치적 갈등이 격렬했는데, 코메니우스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교육을 통한 신앙적·도덕적 성장”을 중시했습니다. 흔히 교육이라 하면 ‘학문적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활동’으로 한정하기 쉽지만, 그에게 교육은 영혼(Spirit)을 계발하고 인격과 도덕성을 함양해, 결국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길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그의 ‘범교육론(Pansophism)’입니다. 코메니우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知), 덕(德), 체(體) 어느 한 영역에만 치우친 교육을 경계하고, 모든 능력을 조화롭게 성장시키는 통합적 교육을 지향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신학적·영적 가치도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코메니우스에게 ‘모든 지식(pansophia)’은 이 세상의 사물과 현상에 대한 앎뿐 아니라, 그 이면에 깃든 신적 섭리와 질서를 인식하는 데서 진정한 의미를 찾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 만물이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그 안에 내재된 신성(神聖)을 발견하고 이를 배우는 일이 교육의 궁극적 목표라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코메니우스는 교육이란 단지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영성 역시 그가 말하는 교육의 핵심 가치였습니다. 흔히 영성이라고 하면 신비주의적 체험이나 특정 종교의 계시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코메니우스의 맥락에서 영성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깨닫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존중하며, 이를 통해 이웃과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성별이나 신분을 막론하고 이러한 ‘영적 인격’을 키울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다만 그러한 성장은 책상머리의 지식이나 권위적인 교육 방식으로는 이룰 수 없기에, 실물을 직접 보고 체험하며 탐구하는 ‘직관적 학습’을 통해 자발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메니우스가 말하는 교육의 영적 기초는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이었습니다. 인간의 영적 능력을 계발한다는 것은 결코 현실 도피나 순수한 관념적 사유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각자가 속한 공동체와 세상에 어떤 선(善)을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코메니우스의 교육론이 오랜 세월이 지난 현대에도 여전히 시사점을 갖는 이유입니다. “모두가 배울 수 있어야 한다(All must be educated)”라는 그의 외침은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여전한 오늘날에도 중요한 화두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사상을 통해, 누군가를 교육에서 배제하지 않는 공교육 제도의 필요성과 함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코메니우스의 신학적·영적 색채가 현대의 세속적 교육 환경과 완벽히 어우러지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목적 지향적이고 경쟁 중심적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늘어가는 시점에서, “인간이란 본디 신성(神性)과 밀접한 존재이며, 그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그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시험 성적과 스펙에 매몰된 사회에서, 진정한 교육적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기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영성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코메니우스는 신학자이자 교육자라는 이중적 정체성 속에서, 교육이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영혼(Spirit)까지 고루 세워가는 과정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모두가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평등 의식과 함께, “교육을 통해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신앙적·도덕적 가치를 꽃피울 수 있다”는 믿음이 놓여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영성과 교육의 결합은 그가 세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근대 교육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이자, 현대에도 그의 사상이 계속해서 재조명되는 이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