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창조에 관하여. (Caput XIV: De creatione rerum visibilium et invisibilium)

존 칼빈의 기독교 강요는 종교개혁의 신학적 토대를 세운 저작으로, 신앙의 체계적 정립을 목표로 합니다. 제1권 제14장 "De creatione rerum visibilium et invisibilium"은 보이는 것(가시적 세계)과 보이지 않는 것(영적 존재)의 창조를 다룹니다. 이 장은 하나님 인식(Dei cognitio)을 창조론으로 확장하며, 칼빈의 신본주의를 심화합니다. 성경에 근거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설명하고, 천사와 악마의 본질을 논하며, 신앙의 실천적 이해를 제시합니다。
칼빈은 하나님께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창세기 1:1—“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를 근거로,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물질적 세계(하늘, 땅, 자연)를 창조했다고 봅니다. 또한 골로새서 1:16—“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다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었다”—를 통해 천사와 같은 영적 존재도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강조합니다. 칼빈은 창조가 하나님의 권능, 지혜, 선하심을 드러내며, 이를 통해 인간이 그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창조 세계가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고 보며, 신앙이 창조주를 경외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주장합니다。
칼빈은 보이지 않는 창조물, 특히 천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그는 천사를 하나님의 사자(messengers)로 정의하며, 성경에서 천사가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고 신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히브리서 1:14—“천사들은 섬기는 영들로 보내심을 받아 구원받을 자들을 돕는다”—를 인용하며, 천사가 하나님의 섭리를 실행하는 존재임을 설명합니다. 칼빈은 천사의 본질이 영적이며, 인간의 상상으로 형상화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천사를 숭배하거나 과도하게 의지하는 것을 경계하며, 천사가 하나님의 종복일 뿐 창조주와 동등하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또한 악마를 타락한 천사로 묘사하며, 사탄이 하나님의 허락 아래 제한된 권한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욥기 1장의 사탄을 예로 들며, 악마도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장에서 칼빈은 창조에 대한 신앙적 태도를 안내합니다. 그는 창조의 신비를 인간의 이성으로 완전히 파악하려는 시도를 반대합니다. 예를 들어, 천사의 본질이나 악마의 기원을 지나치게 탐구하는 것은 성경을 넘어선 추측이라고 비판합니다. 칼빈은 성경이 창조에 대해 필요한 만큼만 계시했다고 보며,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그분의 권능을 찬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창조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지속적 섭리와 연결된다고 설명하며, 신앙의 실천적 의미를 부각합니다。
칼빈의 주장은 종교개혁의 맥락에서 신학적 질서를 세웁니다. 그는 로마 가톨릭의 천사 숭배나 미신적 관행을 비판하며, 성경 중심의 창조 이해를 제시합니다. 제14장은 하나님의 주권을 창조 사역에 적용하며, 개혁 신학의 토대를 강화합니다.
현대적으로 이 장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칼빈의 창조론은 오늘날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고민하는 데 풍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의 질서를 탐구하는 과학—우주의 기원(빅뱅 이론), 생물의 진화, 생태계의 복잡성—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이해하는 도구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과학이 신앙과 대립하지 않고, 하나님의 지혜와 권능을 드러내는 보완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천사와 악마에 대한 논의는 현대인의 영적 세계관을 성경적으로 재정립하는 데 기여합니다. 예를 들어, 선과 악의 갈등—사회적 불의, 개인적 고난—을 초자연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물질적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삶의 신비를 다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신앙이 단순히 가시적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실재를 인정하며 삶의 더 깊은 의미를 탐구하게 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천사와 악마의 개념은 대중문화(영화, 문학)에서 자주 다뤄지는데, 칼빈의 설명은 이를 신학적 틀 안에서 재해석하는 기준을 제공합니다.
다만, 칼빈의 주장에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천사와 악마의 본질을 성경에만 의존해 설명하는 그의 접근은 현대적 분석—심리학, 인류학, 철학적 탐구—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악마를 타락한 천사로 보는 관점은 현대 심리학에서 악을 인간 내면의 갈등으로 해석하는 시각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창조의 신비를 강조하며 과학적 탐구를 배제하는 태도는 현대 신학과 대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대 신학자들 사이에서 창조론을 진화론과 조화시키려는 시도(진화적 창조론)나, 천사의 존재를 상징적 표현으로 보는 관점은 칼빈의 엄격한 성경 중심주의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결론적으로, 제14장 "De creatione rerum visibilium et invisibilium"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창조를 통해 하나님의 권능을 제시하며, 칼빈 신학의 성경 중심성을 심화합니다. 그는 창조가 신앙의 기초임을 강조하며, 하나님 인식의 폭을 넓힙니다. 비판이 있더라도, 이 장은 창조의 신비와 영적 실재를 성찰하게 하는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